한국 근현대 미술기에 활동한 많은 작가 중, 예술가로서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 있다.

그들을 발굴해 작품과 정신세계를 재조명하고 우리나라 미술문화의 발전을 이루고자 국립현대미술관이 ‘잊혀진 작가 발굴기획전’을 개최한다.

첫 번째로 선정된 작가는 운봉 ‘승동표’.

1930년대 활약한 이중섭, 문학수 등과 함께 한국근대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그러나 작고한 뒤 최근에 와서야 관심이 집중된 작가다.

그러한 의미에서 ‘승동표 작고 10주기 회고’전은 승 화백의 40년대 초기작에서 작고하기 직전까지 수많은 작품 중 엄선된 1백여 점이 출품돼, 그의 작품세계 전모를 알 수 있는 첫 번째 대규모 유작전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정물 - 찻병과 과일함 / 1964

정물 - 화병 / 1984

두 아들 / 1963

정물 - 사과와 감 / 1982

근대기에 서양화를 배운 작가의 경우 일본을 통해 서구회화를 간접 수용할 수밖에 없던 불가피한 상황이 있었지만, 승 화백의 경우 서구 인상주의나 야수파, 입체주의 양식을 철저히 탐구하고 나아가 자기만의 독자적인 화풍으로 정리해 그만의 독특한 미의식이 바탕에 깔린 정물화와 풍경화를 제작했다.

정물이든 풍경이든 대상의 일부만을 크게 부각시켜 입체적으로 조형화한 구성은 확실히 승 화백의 예술을 두텁게 한다.

또 바위처럼 단단한 구축적인 화면과 장식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간결한 색채 구사의 조형적 특성은, 한국 근현대미술사에 폭과 깊이를 더하는 중요한 조형요소라고도 할 수 있다.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오는 8월 6일까지 계속한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

·문의 02-2188-6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