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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화운동 사료 전국 순회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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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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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전북신문 2002년 11월 21일 (목)
‘기억의 역사를 기록의 역사로’. 7, 80년대 민주화의 함성이 기록으로 남았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이사장 박형규-전북추진위원회 상임추진위원장 문규현)가 주최하고 있는 ‘한국민주화운동사료 전국전시회’가 지난 18일부터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부산에 이어 전주로 온 이번 전시회의 공식 타이틀은 ‘기억속에서 날아 오르다’ . 21세기에 보는 20세기의 아픈 기억들. 21일 그 현장을 다녀왔다. 눈 내리던 이틀전의 풍경은 어느덧 따듯한 겨울 햇살 기억으로 남았다.
지레 겁먹은 추위에 두꺼워진 옷이 버겁게 느껴지는 날씨. 2002년 11월 21일 초겨울에 들어선 전주 소리문화의 전당의 육중한 대리석들이 겨울 햇살을 받아 유난히 희다. 흰 대리석 위로 깃발이 춤을 춘다. 하나, 둘, 셋…. 수십 개가 넘는 깃발. 붉은색 깃발이다. 이 많은 붉은 깃발들. 어디서 봤던가. 아, 87년 6월. 대학 캠퍼스와 시내 곳곳에서 보았던 그 붉은 깃발. 깃발 속에는 동학의 농민들이 거칠면서도 힘있는 굵은 목판 조각 속에 2002년 11월 소리문화의 전당 광장에 80년대 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수십 개의 붉은 깃발이 걸렸다. 깃발은 걸렸으되 진동하던 함성이 없다. 깃발은 걸렸으되 들끓었던 민중은 없다. ‘기억의 역사를 기록의 역사로’. ‘기억속에서 날아 오르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주최하고 있는 ‘한국민주화운동사료 전국 순회 전시회’(민주화운동사료전시회) 현장인 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 입구엔 이 같은 푯말이 붙었다.
민주화운동 사료 전시회가 열리는 곳은 소리문화의 전당 전시실 2층. 1층에는 전북의 낳은 최초의 서양화가 승동표 화백의 유고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전시실 입구에 서있는 승 화백의 축하 화환을 뒤로 하고 2층으로 올라가는 50m에 달하는 복도 통로. 복도 벽은 수 십 개의 벽걸이 그림으로 채워져 있다. 벽걸이 그림은 60년대부터 80년대 말까지 일어났던 민주화운동을 시대별로 사진과 함께 담았다. 밖에서 봤던 ‘붉은색’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이 모두 백색 바탕을 하고 있다. 방명록을 쓰고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멀티 빔’ 5개가 동시에 5개 화면에 기록 사진을 쏘고 있다.
80년 광주민주화운동 기록과 전두환-노태우 등 군부가 출현하는 모습들, 김대중 대통령의 모습도 보인다. 고박종철-조성만 열사들의 장례식 행렬도 나온다. 이어 이어지는 70년대 민주화운동 사진들이 진열되어 있다. 민주화운동 사진뿐만이 아니다. 60년대 초 선그라스를 쓴 박정희가 군복 차림으로 차지철에게 뭔가를 지시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70년대 새마을운동의 선전을 위한 각종 구호와 포스터가 추억을 자극한다.
1960년 제4회 미스코리아 입상자들 수영복 차림으로 찍은 김천길씨의 사진이 민주화 구호 속에서 야릇한 즐거움을 준다. 전시장 중간쯤 장준하 선생과 문익환 목사의 초상을 새긴 정원철씨의 대형 판화 앞에서 발길이 멈춰진다. 세밀한 인물 묘사가 흑백 사진보다도 더 선명하다. 그 위해 무작위로 할퀸 듯한 아니 오랜 된 영화 위로 나타나는 빗줄기처럼 나타난 표현들이 한국사가 남긴 오점처럼 보인다. 전시장 말미에는 70년대 근대화의 상징처럼 대형 블록을 찍어내던 1인용 조형틀도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중앙부 유리 전시대에는 50년대에 발간된 ‘사상계’를 비롯 문익환 목사의 만년필, 및 각종 편지, 민주화운동기간 전북지역 대학교 학생들이 몰래 인쇄한 이른바 ‘삐라’도 전시되어 있다. 여기에는 중앙정보부(지금의 국정원) 요원들이 가지고 다녔던 권총지갑, 수갑, 영화검열 작성표 등 권위주의 시대를 상징하는 장비들도 동시에 전시되어 있었다.
전시장 맨 마지막에 설치된 ‘독방체험장’을 지나면 작가 임옥상씨가 제작한 ‘하나됨을 위하여’란 제목이 붙은 대형 작품 하나(235*266)를 만난다. 종이 부조에 채색한 이 작품은 문익환 목사가 민족분단인 철조망을 힘차게 넘는 장면을 담았다. 흰 고무신을 신고 삼베 두루마기을 휘날리는 모습이 너무 사실적이어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민족의 염원 통일’이라는 구호를 뒤로 하면 관람은 끝이다. 각종 사료와 함께 1시간정도 함께하면 말 이번 전시회 기치대로 기억속에서 날아오르게 된다. 그러나 전시장은 민주화운동 여정처럼 찾는 이가 그리 많지 않았다. /심회무기자 shim@sjb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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